송(宋) 황거채(黃居寀, 933- 993년 이후) 자고새와 참새(山鷓棘雀圖) 족자(軸), 비단에 채색, , 97 x 53.6 cm
황거채는 사천성 성도(成都) 사람이다. 자는 백난(伯鸞)이라고 하며 오대(五代, 907~960 ) 화조화로 유명한 황전(黃筌)의 아들로 아버지의 쌍구전채법(雙鉤填彩法) 양식을 이어받았다. 송나라 초기, 도화원(圖畫院.한림원)에서는 황전 부자의 그림이 회화 예술의 우열을 비교하는 기준이 되었다.
이 그림 안에는 움직임(動)과 멈춤(靜)이 모두 있는데 이 둘이 그 안에 잘 조화되어 있다. 바위 위에 올라 앉은 자고새가 목을 구부려 시냇물을 마시려 하는 자세의 묘사에는 생동감이 넘친다. 또 참새들은 어떤 것은 날고 또 어떤 것은 소리를 내어 짖어대고, 아래를 바라다 보고 있는 등 매우 동적인 동작과 자세를 취하고 있다. 가는 대나무나 고사리, 근경의 잡초 덤불은 바람도 불지 않는 듯 조용하고 느긋한 분위기를 표현해내고 있다. 하단의 큰 바위 위에 서 있는 자고새의 몸은 주둥이부터 꼬리까지가 거의 그림의 전체 화면을 가로지르고 있다. 배경을 보면 큰 바위와 흙더미가 참새와 조화를 이루고, 가시덤불과 고사리, 대나무가 전체 화면을 덮고 있다. 화면의 중심이 화폭의 중간에 위치하여 중앙 축을 중심으로 하는 북송(北宋) 산수화의 구도 방식에 가깝다. 도안적인 의미가 있는 배치는 장식적인 효과를 주는데 작가가 의도적으로 당대(唐, 618-907) 화조화의 고졸함과 화려함을 표현하고자 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