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소개
바둑판은 작지만, 그 네모난 한 치 크기의 공간 안에는 마치 하나의 작은 우주처럼 무한한 인생의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바둑은 예로부터 문인과 우아한 선비들이 사랑한 거문고, 바둑, 서예와 그림의 ‘사예(四藝)’ 중 하나일 뿐만 아니라, 궁중과 사찰, 규방과 거리 곳곳에서 전해지던 문화의 기억이기도 합니다. 이 오래된 지혜를 기르는 활동은 옛 중국 상류 사회에서 비롯되어 천 년에 걸쳐 동아시아 민간으로 퍼졌으며, 오늘날에도 세계 체육계와 디지털 애니메이션 세계에서 왕성한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바둑을 두는 사람과 바둑 이야기’를 제목으로 하며 옛날에는 바둑을 ‘기(碁)’ 또는 ‘혁(弈)’이라고도 부르기도 하였습니다. 다양한 인물의 시각과 역사적 장면을 통해, 바둑과의 만남에서 비롯된 ‘특별한 인물들의 흥미진진 이야기들’을 끊이지 않고 하나하나 풀어냅니다. 한나라부터 청나라에 이르는 시기를 아우르는 서화, 문헌, 기물 60여 점을 통해 우리는 바둑판 위에서 전략과 전술을 세우고 결정을 내리는 제왕과 장수와 재상들, 바둑을 두면서 감회를 토로하는 문인과 선비들, 바둑을 두며 생사의 이치를 깨치는 승려와 신선들, 그리고 바둑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는 사대부 가문 여성과 규수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기보와 바둑 도구를 소개하고, 육박(六博), 쌍륙(雙陸), 장기 등 고대 놀이의 문화적 면모도 함께 보여주며 이를 통해 옛사람들의 생활 속에 깃든 지혜와 정취를 나타내 보입니다. ‘타이완 기단의 풍운’ 코너에서는 오늘날 타이완의 기사들이 국제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여정을 조명하며, 타이완만의 ‘바둑 두는 사람과 바둑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옛사람들은 바둑을 통해 사람의 됨됨이를 살피고 마음을 닦았으며, 무엇보다 대국 과정에서의 감정 교류와 삶에 대한 성찰을 중시하였습니다. 비록 바둑 실력이 뛰어나지 않더라도 고요히 한 판의 대국에 집중하다 보면, 잠시나마 마음의 평온을 누리고 세상을 침착하게 살아가는 삶의 리듬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바둑이 현대인에게 전해주는 가장 깊은 깨달음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