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소개
강희 6년(1667), 태황태후 효장문황후의 훈계와 막 친정을 시작한 강희 황제의 추진 아래 청 궁정은 대규모 불교 문화 사업을 착수하였습니다. 곧 금으로 필사한 티베트어 『캉규르』(bka’ ’gyur)를 조성한 것으로 이는 세상에 널리 알려진 『용장경(龍藏經》)』입니다. 이 대작은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 수많은 최고 수준의 장인과 고승이 참여하여 2년에 걸쳐 완성되었으며 황제가 다스리는 나라가 영원히 굳건하기를 기원하고 제왕의 도가 길이 융성하기를 바라는 뜻을 담는 동시에 당시 만주와 몽골 사이의 정치적, 종교적 연맹을 공고히 하는 데 목적이 있었습니다.
본 특별전은 과거 단순히 경엽과 경판을 전시하던 기존의 틀을 넘어 국립고궁박물원 북원에서 처음으로 『용장경』을 그 전체적인 장정 부속품과 함께 완전한 형태로 선보이고자 하였습니다. 아울러 본원 연구진이 최근 각 구성 요소에 대해 수행한 과학적 조사와 비교 연구 성과를 함께 반영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시선을 단순한 문헌 자료의 차원을 넘어 ‘총체적 예술품’이라는 관점으로 확장하여 관람객이 이 세상에 다시없는 경전을 단계적으로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고자 합니다.
자청지(磁青紙) 위에 장엄하게 금으로 쓰인 경문에서부터 정교한 만다라가 그려진 호경판(護經板)에 이르기까지 여러 겹으로 싸고 뛰어난 자수 기법으로 제작한 황색 비단에 문양이 있는 경의(經衣)에서 색채가 화려한 오색 경렴(經簾)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세부는 청 초기 궁정 공예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전시에서는 이와 관련된 명대 궁정에서 제작된 어제(御製) 경전과, 청대에 제작된 『제품적주경(諸品積咒經)』, 『건륭 캉규르』와 나아가 형상과 구조가 유사한 만주어 대장경을 함께 전시하여 황실 신앙이 서로 다른 시대와 언어 사이에서 어떻게 이어지고 전승되어 왔는지를 보여 주고자 합니다.
이는 황권의 위엄과 경건한 신앙이 서로 마주하는 한 편의 대화이자 삼백여 년의 시간을 넘어 태평성세 공예의 정점을 다시 바라보는 시각적 향연이라 할 수 있습니다.